예수님, 당신께 의탁합니다
백순이 헬레나
사랑 때문에 사람으로 오신 예수님!
몇 년 전, 하느님의 자녀로 다시 태어나고
일주일 후
이 땅에 내려오신 아기 예수님을
제 품에 꼬옥 안아 입맞춤하는 순간
예수님이 자꾸만 자꾸만 안쓰러워 눈물이 흘렀지요
허름한 마굿간에 태어나
험난한 길 걷다가 만신창이 되어 죽음을 맞이하실 운명이
그땐 그렇게도 가슴이 아렸지요
우리를 지극히 사랑하시어 하느님께서 보내신 선물임을
자신을 온전히 내어놓는 성심
죽어야 다시 태어나는 무한한 사랑의 선물임을 그때는 잘 몰랐으니까요
고뇌와 번민으로 기도하신 예수님!
“내 마음이 너무 괴로워 죽을 지경이다.”(마르 14,34)라고
제자들에게 말씀하시고 땅에 엎드려
“아빠! 아버지! 아버지께서는 무엇이든지 하실 수 있으시니
이 잔을 저에게서 거두어 주십시오“(마르 14,36)
피와 땀을 비 오듯이 흘리며 기도하신 예수님의 번뇌는
늘 우리의 마음을 일렁이게 하지요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연민과 고뇌에 찬 모습은
더 큰 사랑의 증거이며 애정이었음을 이제는 알 것 같아요
참혹한 고통을 기쁘게 받으신 예수님!
십자가에 못 박히시고 괴로움과 아픔에 무너지시고
창에 찔려 온몸이 피투성이 되었어도
혹독한 그 고통 기쁘게 받고 처절한 죽음을 맞으셨으니
그 억울한 고통을 어떻게 용납하셨나요?
그저 묵묵히 침묵하고 계시는 아버지의 손에
원망 없이 당신의 영혼을 맡기셨으니
우리는 무엇으로 당신을 위로하고 보답해야 하나요?
제자들의 발 밑에 엎드리신 예수님!
제자들의 발을 씻기시고 당신의 생명을 내어놓으신
온전한 비움과 사랑을 배워
가정과 직장, 교회 안에서 군림하지 않고 겸손함으로 낮아지게 하소서
수난의 길을 떠나며 당신을 배반한 베드로를 바라보신
예수님의 눈길처럼
우리도 하느님의 진정한 사랑과 겸손을 배워
저희가 진실로 주님과 일치하여, 교회 안에서 순종하고
이웃을 사랑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시기를
예수님, 당신께 의탁합니다
죄인을 부르러 오신 예수님!
돌아온 탕자를 반긴 아버지의 포옹은
정의에 대한 협소한 개념을 깨트리는
하 느님의 넘쳐흐르는 사랑의 표상입니다
항상 자비와 연민으로 감싸주시는 예수님,
‘흠 없고 올곧으며 하느님을 경외하고 악을 멀리하는 이’( 욥기 1,1)로
살려고 노력했다는 교만의 덫에 걸려
자기 자신을 정당화하려고 다른 이를 단죄하는 어리석음으로부터(욥 40,8)
저희가 벗어날 수 있도록 하소서
두 팔을 벌려 죄인을 맞아 용서하시는 사제의 처사를
불평하거나 견디지 못하고 질투하는 맏아들이 되지 않도록 다스려 주시기를
예수님, 당신께 의탁합니다
온유와 나눔의 성심이신 예수님!
나병환자, 과부, 절름발이와 굶주림에 허덕이는 사람들에게
측은한 마음이 드시고 그들을 위로하신
당신의 자비를 배우게 하소서
우리 안에 도사리고 있는 온갖 미움과 이기심과 어둠을 물리치고
예수님의 사랑에 신뢰하고 당신을 따르라고
저희를 늘 초대해 주소서
당신께서 겪으신 고통과 소외의 짐을 지고
어렵게 살아가는 이웃에게 그리스도의 빛과 희망을 전하라고 명령하소서
고통도 은총의 선물임을 늘 체험하게 하소서
사랑하올 예수님!
당신이 이 세상에 뿌린 수많은 씨앗들이
무성한 사랑의 숲이 되어
초록으로 6월을 덮고 있나이다
크고 작은 나무, 잎이 넓고 좁은 나무, 양지와 음지에 서 있는 나무
모두 똑같지 않은 다양함으로 아름다운 숲을 이루었듯이
당신께서 선물로 주신
우리들의 삶과 고통도 다양함을 받아들여서
탐욕의 노예가 되지 않고 조화를 이루며 살게 하소서
우리가 갖고 있는 모든 것은
당신께서 주신 선물임을 항상 기억하여
우리의 매일 속에 나눔의 기쁨이 머무르게 하소서
주어진 처지에서 감사할 줄 알며
이웃과 작은 풀 한 포기조차도 뜨겁게 사랑하게 하소서
6월엔
예수 성심의 사랑을 더욱 묵상하며
예수님, 제 일상의 모든 것을 당신께 의탁하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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