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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시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

 

산벚나무 잎 한쪽이 고추잠자리보다 더 빨갛게 물들고 있다
지금 우주의 계절은 가을을 지나고 있고
내 인생의 시간은 오후 세 시에서 다섯 시 사이에 와 있다
내 생의 열두 시에서 한 시 사이도 치열하였으나
그 뒤편은 벌레 먹은 자국이 많았다

이미 나는 중심의 시간에서 멀어져 있지만
어두워지기 전까지 아직 몇 시간이 남아 있다는 것이 고맙고
해가 다 저물기 전 물들이는 찬란한 노을과 황홀을
한번은 허락하시리라는 생각만으로도 기쁘다

아직도 내게는 몇 시간이 남아 있다
지금은 세 시에서 다섯시 사이

-도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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